전 세계 나노메디신(nanomedicine) 시장이 오는 2032년 3580억 달러 우리 돈 약 49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감염병기술전략센터가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단백질 나노 캐리어 분야 특허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나노의약품 시장은 2022년 1390억 달러(약 190조 원)에서 해마다 10.2%씩 성장, 오는 2032년 3580억 달러(약 490조 원)에 도달할 전망이다.
나노메디신은 나노미터(10억 분의 1미터) 크기의 입자나 구조물을 활용해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기술이다. 나노메디신 몸속에서 매우 작은 크기의 세포 사이를 통과하거나 특정 조직에만 선택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 기존 치료법보다 더 정밀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게 한다.
암세포만 골라서 공격하고 정상세포는 손상시키지 않는 약물전달, 특정 바이러스 항원에만 반응하는 백신 등은 나노메디신이 활용되는 대표적 사례다. 이 분야는 단순히 약을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서, 치료 효능을 높이고 부작용은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mRNA 백신 이후 주목받은 ‘나노 입자 기술’
지질 나노입자(Lipid Nanoparticle·LNP)는 mRNA를 체내에 안정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나노 전달체로, COVID-19 백신 개발 과정에서 핵심 기술로 주목받았다.
mRNA는 단백질 생산 정보를 담아 세포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유전물질로, 불안정한 특성 때문에 체내에서 빠르게 분해되기 쉽다. 이를 보호하고 전달하는 데 사용된 것이 바로 지질 나노입자(LNP) 기술이다.
mRNA 백신은 양이온성 리포솜이나 LNP를 통해 체내로 전달되며, 불안정한 RNA를 보호한다. 이러한 LNP 기술은 mRNA 기반 치료제의 상용화 가능성을 현실화하면서 세계의 주목 받기 시작했다.
◆‘아브락산(Abraxane)’, 상용화된 나노메디신
상용화된 대표적 나노의약품은 BMS의 단백질 나노 캐리어 기반 항암제 ‘아브락산(Abraxane)’이다. 이 약물은 파클리탁셀(Paclitaxel)이라는 항암제를 인간 알부민 단백질과 결합해 나노 입자 형태로 제조한 것으로, 유방암·비소세포폐암·췌장암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아브락산’은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2024년 기준 연매출 약 8억 7500만 달러(약 1조 1968억 원)를 기록했다. 단백질 나노 캐리어 기술이 실제 시장에서 가치를 입증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또 다른 단백질 나노 의약품은 아디 바이오사이언스(Aadi Bioscience)의 ‘피아로(Fyarro)’다. 이 약물은 시롤리무스를 알부민과 결합한 나노 입자 제형이다. 희귀 암인 전이선 악성 혈관주위상피모양세포종(Malignant PEComa) 치료제로 FDA(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았다.
◆단백질 나노 캐리어, 정밀 의학 이끄는 핵심 기술 부상
단백질 기반 나노 캐리어는 생체적합성, 생분해성, 약물 결합 능력, 표적 지향성 등 다양한 이점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캐리어는 약물이나 유효 성분을 싸서 보호하고, 원하는 곳에 전달해주는 나노 수송체를 가리킨다.
단백질은 살아있는 유기체의 구성 성분으로, 합성 고분자에 비해 독성이 거의 없고, 면역 체계로부터 인식될 가능성이 낮아 불필요한 면역반응의 우려가 적다.
비용 효율성도 주목할 만하다. 단백질은 자연에서 쉽게 얻을 수 있고, 재조합 기술을 통해 다양한 생산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단백질은 정전기적 상호작용, 소수성 상호작용, 공유결합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약물과 결합할 수 있어 운반 능력이 뛰어나며, 다양한 작용기를 활용해 특정 표적에 정확히 약물을 전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장점은 단백질 나노 캐리어가 정밀의학 실현을 위한 약물전달 시스템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