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가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에서 ' 정부 약가 개편안 관련 현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공)
정부의 약가 제도 개편을 앞두고, 국내 제약업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 조치가 고용 불안, R&D 투자 위축, 필수의약품 공급 차질 등 다층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개편안은 제네릭과 특허 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 기준을 현재 오리지널 대비 53.55%에서 40%대 수준으로 인하하는 것을 중심으로 한다. 특히, 11번째 등재되는 복제약부터는 5%포인트씩 단계적으로 약가가 삭감되는 계단식 구조도 적용된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적 인하는 단순한 재정 절감 효과 이상의 심각한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 제약계의 일관된 목소리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제약·바이오 5개 단체는 “약가 삭감으로 인한 연간 산업 피해 규모가 3조6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며, 이는 국내 제약기업들의 수익 기반 자체를 붕괴시키고 향후 신약 개발 투자 여력을 급격히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웅섭 공동위원장(비대위)은 “상위 100개 제약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4.8%에 불과한 상황에서 약가 추가 인하가 중복 적용되면 실제 가격 하락 폭은 최대 40%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의약품 접근성 저하다. 비대위는 “일본 역시 유사한 약가 인하 정책 이후 전체 제네릭의 32%가 공급 중단 또는 부족 사태를 겪은 바 있다”며, “한국에서도 국산 전문의약품의 공급 붕괴 가능성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단순히 산업계의 손익을 넘어 국민 보건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조용준 한국제약협동조합 이사장은 “공급 불안이 가시화되면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약물의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가 강조하는 혁신 신약 생태계 육성과 필수의약품 안정공급, 약제비 절감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고용 안정성도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제약산업은 고정비 구조가 높은 산업으로, 약가 인하는 곧 인건비 조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비대위는 전체 종사자 12만명 중 최소 10% 이상, 약 1만4800명이 실직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최근 제약업계와 공동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약가 개편 저지를 위한 사회적 연대를 통해, 제약·노동계 공동의 생존권 투쟁 양상이 확대되고 있다.